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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chapter/손에 잡히는 트렌드

세계적인 석학의 강의 '아이튠즈'로 듣는다

마이클 포터·제레미 시겔 등 특강·인터뷰 아이팟 단말기로 무료 다운로드 받아 수강 '아이튠스 대학'에선 유명 대학 강좌 '인기'

고종원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기획팀장 ko@chosun.com
필자는 잠들기 전 30분가량 세계 유명 경영대학원 강의를 듣는다.

경쟁 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하버드대 교수와 주식 투자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는 제레미 시겔(Jeremy Siegel) 와튼(Wharton) 스쿨 교수 등 유명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들이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의 칼럼니스트이자 세계적 경영 구루(guru)인 토머스 프리드먼(Friedman),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전문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도 강사진에 포함된다.

특강 1회 강의료가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세계적 구루들의 강의나 인터뷰를 필자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애플(Apple)이 운영하는 아이튠스(iTunes)의 팟캐스팅(Podcasting)과 아이튠스 대학(iTunes University) 덕분이다. 〈용어 설명 참조〉
▲ 그래픽=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필자가 아이팟을 매개로 한 각종 강의와 인터뷰, 특강을 접하게 된 것은 4년 전 그린손해보험 이영두 회장으로부터 권유를 받은 것이 계기다. 그는 호기심이 많아 신기한 물건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얘기해 주는 선배였다. 그는 "출퇴근하면서 팟캐스팅으로 경제 잡지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와 닛케이의 요약본을 듣고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즈니스위크 커버스토리 파일 10개와 닛케이 기사 요약 파일 10개를 아이팟에 넣어주었다.

비즈니스위크의 커버스토리를 다룬 팟캐스팅은 필자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비즈니스위크 편집 담당자가 그 주의 커버스토리를 작성한 취재기자를 불러 취재 뒷얘기와 기사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을 솔직히 털어놓은 음성 파일 때문에 오프라인 잡지도 더 열심히 읽게 됐다.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시절 시베리아 석유 채굴 현장을 갔다가 얼어 죽을 뻔한 기자의 뒷얘기는 커버스토리를 읽을 때 생동감을 더했다. 또 비즈니스위크의 기술 관련 칼럼을 쓰는 스티븐 윌드스톰(Stephen Wildstorm)의 팟캐스팅을 통해 통신이나 가전, 컴퓨터 산업에 대한 기술 동향을 매주 습득할 수 있었다. 특히 영어로 정보통신 전문용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우연하게 아이튠스 사이트를 뒤지다 일본어 팟캐스팅 중에서도 보석을 하나 발견했다. 경제평론가인 이토 요이치(伊藤洋一)의 '비즈니스 트렌드'였다. 그는 도쿄의 도심 재개발 방법, 오미야게로 불리는 토산품(土産品)의 탄생 배경 등 다양한 분야를 15분 정도의 시간 동안 요령 있게 설명했다.

그 뒤 필자의 아이팟에는 새로운 팟캐스팅이 계속 추가됐다. 맥킨지의 하이테크 정보와 금융 정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HB 아이디어 캐스팅(Idea Casting)', 와튼 비즈니스스쿨의 '와튼의 지식(Knowledge at Wharton)' 등이었다. 해당 학교 교수가 나와 '헤지펀드는 통제를 벗어났는가?', '미국 자동차 산업, 위험한 하강 곡선이 앞에 있다' 등 다양한 주제로 인터뷰나 강연을 했다.

2007년 5월 애플은 팟캐스팅을 통해 세계 각국 대학들의 특강이나 인기 강의를 공개하는 아이튠스 대학(iTunes University) 서비스를 론칭했다.

필자는 여러 대학 사이트를 옮겨 다니며 기술 관리(Management of Technology) 분야와 신제품 개발 방법론 강의를 집중적으로 들었다. 다트머스(Dartmouth) 대학교 턱(Tuck) 경영대학원이 제공하는 팟캐스팅이 특히 큰 도움이 됐다. 또 인간의 심리를 경제학에 도입한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강좌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아이팟의 용량에 항상 불만이었던 필자는 올 1월 40기가 분량의 '아이팟 클래식(iPod Classic)'으로 기종을 바꿨다. 이때부터 동영상 강의까지 다운로드하기 시작했다.

특히 MIT에서 제공하는 특강에서 '대박'을 건졌다. 바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Lexus and Olive Tree)'와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의 저자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동영상 특강이었다. 그는 강연에서 MIT 아이튠스 대학에 대해 극찬했다. "저를 특별강사로 초청하겠다고 의뢰가 오면, 저는 저 자신을 많은 돈을 들여 초청하기보다는 MIT 대학 사이트에 있는 동영상 특강을 들어 보라고 권합니다." 그는 자신의 최근 저서 '코드 그린―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Hot, Flat, and Crowded)'에 대한 강의를 런던정경대(LSE·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아이튠스 대학을 통해 공개했는데, 이 강의는 현재 아이튠스 대학 다운로드 1위에 랭크돼 있다.

새 기기를 사용하면서 일본 노무라 연구소(NRI· Nomura Research Institute)의 NRI팟캐스팅이 단골 메뉴에 추가됐다. 일본 전자정부의 나아갈 방향 등 일본의 경제, 기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아이튠스 대학을 여러 곳 돌아다니다 보니 나름대로 유명 대학들이 제공하는 사이트의 특징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의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INSEAD)는 다양한 국적의 교수들이 나온다. 미국 경영대학원과는 달리 정치, 철학, 역사 등을 넘나드는 인터뷰나 강의가 많다. '나폴레옹에게서 배우는 리더십' 등이 그런 예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기초 과학에 대한 동영상 특강을 일반인들에게 제공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현재 아이튠스 대학에 강의나 특강 자료를 제공하는 학교는 전 세계적으로 100여 곳을 넘는다. 주로 잠재적인 학생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MIT 경영대학원(Sloan School· mitworld.mit.edu)이나 LSE (http:// www.lse.ac.uk)처럼 자신들의 웹사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튠스를 운영하는 애플은 아이튠스 대학을 '잠들지 않는 캠퍼스'라고 자랑한다. 최근에는 프랑스는 물론 중국, 일본 등 세계의 주요 대학들도 아이튠스 대학에 입점(入店)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어 콘텐츠가 부족한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아이튠스(iTunes)

컴퓨터를 통해 애플이 계약을 맺은 각종 음성, 동영상 등의 파일을 유료 또는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platform). 아이튠스 사이트(http://www.itunes.com)에서 설치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면 접속할 수 있다.


→팟캐스팅(Podcasting)


대학이나 언론사 등 여러 기관이 아이튠스를 통해 제공하는 동영상이나 음성 등의 서비스. 팟캐스팅을 제공하는 기관의 서비스에 등록(Subscribe)을 하면, 컴퓨터와 아이팟을 연결할 때마다 항상 최신 파일이 자동으로 다운로드된다. 파일 앞부분에 짧은 광고를 넣기도 한다.


→아이튠스 대학(iTunes University)


아이튠스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 카테고리 가운데 하나. 가맹 대학의 특강, 강의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