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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chapter/아트에,물들다

Rubens, Baroque Masterpieces(루벤스, 바로크 걸작전)_2

1.
분명, 디지털화된 세상을 살아가고 있어서 이다.
감정이 아닌, 눈물이 메말라가고 있는 이유는.
하루에도 몇번씩 눈을 껌뻑껌뻑 거리면서 뻑뻑한 눈에 눈물이 흐르도록 한다.
 "정말 눈이 안좋아지고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같이 바라보는 것들이라곤..
데스크탑, 랩탑, 넷북 등의 각종 컴퓨터의 모니터, 핸드폰 액정 스크린, 강의실의 블라인드 스크린,
mp3의 스크린, PMP, 텔레비전.. 
내 눈은 항상 디지털 기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오랜만에 전시회에 가서.. 미술 작품을 지긋이 바라보며, 하나 하나 감상하고 있자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디지털화 된 무언가가 아닌.. 수백 전 전의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나의 눈에게 휴식을 준 것같아서.. 너무나 뿌듯했다.
그림을 보면서, 나즈막히 들리는 크래식음악과, 천천히 움직이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너무나 완벼하고 아름다운 SISOMO가 여기 이렇게 현존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왜 그리도 스크린 속 SISOMO를 애타게 울부짖는걸까.
세종문화회관을 나오면서, 스크린이 아닌 캔버스를 전통과 역사가 살아숨쉬는 걸작들을 바라보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얼마나 큰 휴식이 되는지를 되새겼다.
 

2.
 루벤스와 램브란트는 실제로도 많이 비교된다.
 램브란트는 가난하고, 불행헀던 어린시절로 인해서 인간의 고뇌, 슬픔, 심미적 아름다움 등을
 루벤스는 풍요로운 귀족출신이자, 외교관으로서, 엄청난 지원을 받으면서
 굉장히 역동적이고, 강렬하면서도 자유로운 표현을 담아냈다.
 아직 램브란트의 걸작들을 실제로 감상하지 못해서일 수 도 있지만..
 단면적인 사실만 놓고 본다면.. 나는 단연 루벤스를 더 선호한다.
 풍요속에서 예술을 즐기는 것, 모든 인맥과 자신의 지위와 명성을 동원하여
 많은 이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고, 계속해서 더 큰 성공을 꿈꾸는 것.
 예전에 누군가가 장꼭또를 거론한 적이 있었다.
 그는 원래 귀족이었으나 가난한 예술가의 길을 걸었다. 허나, 그는 와인만큼은 최고급을 즐겼다.
 장꼭또의 그 모습이 나를 사로잡았듯,
 루벤스가 자신의 예술성과 천재적 능력 뿐만 아니라 외교관으로서의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성공의 성공을 거듭하였다는 사실 역시 나를 사로잡았다.
 아마도.. 이건 나의 결벽증이겠거니 생각한다.
 가난하고 힘겹고, 비참했던 어린시절로부터의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결벽증.
 자신의 능력 플러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당한' 수단으로부터 얻어내는 성공과
 좋은 condition을 갖췄을 때 나오는 진정한 '즐김'에 대한 열망.
 나의 이런 결벽증과 어찌보면 속물처럼 보이는 동경이..
 나를 루벤스쪽으로 마음을 기울게 했다.
 하지만, 또 모르는 일이다.
 다음 주 중으로.. 램브란트 전시회를 다녀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