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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거킹의 유머감각: 우정실험대
위에서 잠시 언급한 대로 제3자 입장에서 보자면 페이스북이 과잉반응한 부분이 없잖아 있다. 친구관계를 끊는 순간, 페이스북이 아닌 버거킹 측으로부터 ‘네 친구는 널 버렸다, 햄버거 때문에’라는 메시지가 발송되는 것에 대한 사용자의 감정적인 손실에 대해서는 충분히 염려했을 만 하다. 그러나 필요에 의한 사용자는 그 일시적인 행사가 끝나고 난 이후에 같은 친구에게 또는 새로운 친구에게 친구 요청을 하게 될 것이다. 규모적인 측면에서 일시적으로 많은 사용자가 ‘감정적 상해’는 입을 수 있겠지만, 미국의 환경이라면 얼마든지 단시간 내에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을까 한다. 버거킹은 바로 이러한 부분을 조금은 ‘못된 유머’로 시험해 보고자 한 것 이지만, 오히려 페이스북 측에 경종을 울리는 이벤트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2) 희생된 자는 아무도 없다, 그저 필터링 만이 있을 뿐
속내를 들여다보면 희생된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또한 혹자는 햄버거 하나를 위해 열 명의 친구를 ‘희생’하는 이들을 무자비하다고 일컬었지만, 어차피 햄버거 하나와 맞바꿀 수 있는 친구 열 명은 비단 이번 이벤트가 아니었더라도 연락을 하고 있지 않았던, 즉 친분이 별로 없거나 갈수록 식어만 가는 그 누군가일 가능성이 많다. SNS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본 이들은 느끼는 것이겠지만, ‘재미로’ 또는 ‘필수사항이기 때문에’, 혹은 ‘남들이 하니깐’ 모방/사용하게 되는 기능들이 얼마나 많은가. OO월드의 ‘일촌’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이전 아날로그 시대 때부터 전화번호 수첩 안의 무수히 많은 이름들과 지금의 핸드폰 속 저장된 무의미한 번호에 이르기까지 정기적으로 ‘친밀도 필터링’을 감행해 주어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그걸 잠시나마 이러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식의 행사로 (최소한) 기분전환이라도 할 수 있었음에 오히려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분명 특정한 SNS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인스턴트식으로 맺는 현대인의 인간관계의 허를 찌르는 무언의 어드바이스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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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NS의 간극 메우기: ever after possible?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이다. 나의 온라인 상의 관계맺기와 오프라인 상의 관계맺기는 상호작용적인가? 아니면 부분적으로만 일치하고 부분적으로는 분리되어 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이차원의, 다차원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가? 개인에 따라서는 형태도 그 속사정도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온-오프라인에서의 관계형성은 원래 무관련성-상호관련성-복합/간접관련성의 순서대로 발전해온 양상을 띤다. 그렇게 본다면 굳이 오늘의 상황에서 그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또는 (예컨대) 온라인상에서의 관계맺음이 오프라인 상에서도 똑같이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즉, 운영자 입장에서도 사용자 입장에서도 이건 어디까지나 케이스 별로 선택적인 문제일 뿐이지, 억지로 설정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Whopper Sacrifice”에 대한 페이스북의 태도는 ‘미디어착오적’인 것일 지도 모른다. 즉, 가상현실 내에서 맺어진 관계에 대해(물론 현실과의 관계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다분히 현실적인 ‘우정의 척도’를 측정수치로 들이댄다는 것은 자신들이 개발한 미디어에 대해서 혼란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밖에 이해할 수 없다. 가상현실 내에서의 인간관계는 그 나름의 문법을 가지게 된다. 단순히 현실적인 개념으로 ‘상업적이다’, ‘비인간적이다’, ‘일회적이다’라고 판단하기엔 너무나 다른 가치들이 작동한다. 이에 대한 더 많은 논의와 이해들이 담보된다면 끊임없이 (메우지 않아도 될) 간극을 메우기에 급급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