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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chapter/SNS/Interactive 마케팅

[강연]최혜실 교수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인간의 감동을 돈으로 만들어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 지난 6월 11일 개최한 제599회 수요정책포럼에서 최혜실 경희대 국문과 교수가 ‘스토리텔링으로서의 문화콘텐츠 산업-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초창기의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당연히 기술에 방점이 놓였지만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Contents is King이다.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성숙기에 오르면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이 바로 콘텐츠, 스토리텔링이다.

그렇다면 왜 스토리텔링인가? 2002년 월드컵 당시 밤새 응원하던 붉은 악마들은 바로 온라인 사이버공동체였다. 온라인의 감성 커뮤니케이션이 오프라인으로 폭발하면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축구를 통해 봤다.

스토리텔링은 감성커뮤니케이션의 최고 미학이다. 붉은 악마가 그렇게 난리를 칠 수 있었던 것은 빌딩에 있는 온갖 전광판에 나오는 이미지 영상의 폭격, 즉 디지털 매체에 의한 영상의 폭격 때문이었다. 그것이 감성공동체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는 힘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시위방식이 효순이·미순이 사건으로 인해서 촛불시위로 폭발을 했다. 그리고 그 힘이 노사모로 이동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이런 얘기를 하면서 앞으로 온라인의 힘을 오프라인으로 폭발시키는 사람이 여러 가지 방식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언을 했는데, 그 예언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사이버세계는 놀이와 상호작용

인터넷 공동체는 감성공동체고, 매일 인터넷을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온라인의 감성커뮤니케이션이 무의식적으로 현실공간에 파고들게 된다. 매일 인터넷을 하면 그 방식이 그대로 오프라인에도 전달되게 된다. 그리고 기술발달의 속도가 인간을 감성적으로 만들고, 영상 또한 직관적, 감각적이 된다. 영상성이 증대될수록 영상의 감각적인 속성을 현실에 적용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사이버세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감각, 놀이성 이런 것들이다. 이러한 감성적인 측면과 놀이적인 측면이 오프라인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놀이는 ‘내가 참여해서 만든 이야기’이다. 즉 스토리텔링이다.

우리는 소꿉놀이를 할 때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정하고 시나리오를 짜서 서로 인터랙티브하게 논다. 스토리텔링을 짜는 것,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노는 것이다. 그래서 놀이성이 증대되면 스토리텔링이 증대하게 된다. 온라인의 영향으로 오프라인에도 엔터테인먼트 팩터, 즉 스토리텔링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요소가 들어가는 상품, 정치, 문화 등 모든 것들엔 놀이성이 증대되고 스토리텔링이 늘게 되어 있다.

20세기의 이야기는 내러티브였다. 20세기의 모든 정보는 인쇄매체를 통해서 소통이 되었고, 가장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하는 사람은 소설가였다. 그래서 노벨문학상이 있는 것이다. 요즘 같으면 노벨 스토리텔링상이 나왔을 것이다.

21세기 이야기는 스토리텔링이다. 일단 스토리는 정보다. 텔링은 단순히 말한다는 구술적 특성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에 입만 가지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정보를 점점 멀티미디어로 전달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스토리라는 측면, 멀티미디어라는 측면이 강한 이야기가 21세기 이야기의 특징이다.

그 다음 중요한 요인이 인터랙티브, 즉 상호작용성이다. 디지털매체가 바로 상호작용성이다. 이메일, 채팅, 전화도 상호 간 교류에 해당한다. 그런 인터랙티브한 측면을 통해서 이야기의 현장성, 상호작용성이 굉장히 강화된다. 그러면서 21세기적인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21세기 이야기에는 멀티미디어가 있어

스토리텔링에 여러 가지 분야가 있다. 인쇄매체의 스토리텔링은 문학, 영상의 스토리텔링은 드라마나 영화, 상품의 스토리텔링 등 여러 가지 매체에 따라서 이야기는 변주된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그 중에 한 분과에 불과하지만 21세기에는 대부분의 정보가 디지털 매체를 통해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도 디지털 스토리텔링적인 속성을 띠게 된다. 즉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21세기형 스토리텔링의 가장 전형적이고 대표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에 감성이 중요하게 되니까 감성 커뮤니케이션이 들어가 있는 상품이 잘 팔리게 되고, 스토리텔링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영화가 잘 팔리게 되고, 고도의 부가가치를 가지게 된다. 인간의 감동을 돈으로 연결시키는 산업이 문화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산업에 있어서 스토리텔링의 의미와 위치는 각별하다. 그런데 이 CT가 스토리텔링과 결합이 된다. 99년에 <디지털시대의 문화예술>이라는 책이 나오고 거기에 CT라는 개념이 처음 소개되었다. 최초 개념은 단순히 문화와 기술을 결합한 아주 단순한 개념이었다.

NT나 ET는 모두 과학이기 때문에 융합이 잘 됐다. 어차피 과학은 계산적으로 모델링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화라는 것 자체가 원래 창작의 블랙박스라고 해서 계산이 불가능하다. 천재가 하는 것인데, 어떻게 계산이 되겠나. 그것을 테크놀로지로 계산하고 융합을 하려니까 융합이 전혀 안 되는 시점이 있었다.

문화산업의 핵심기술은 CT인데 그 CT의 핵심기술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그리고 그 스토리텔링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적인 속성을 띄고 있다. CT가 좁은 의미로는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기술로써 문화콘텐츠 기획, 상품화, 미디어 탑재, 전달의 가치사슬 과정의 네 가지 대표적인 가치사슬 과정에 사용되는 기술을 말한다면, 광의적인 개념으로는 이공학적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사회학, 디자인, 예술 분야의 지식과 노하우를 포함한 복합적인 기술로 지금 정리가 겨우 됐다.

영국은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라고 얘기하고 미국은 엔터테인먼트 인더스트리라고 얘기를 하고, 일본은 콘텐츠 인더스트리와 같은 의미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서사자동생성기술, 스토리보드 제작 기술, CG애니메이션 기술 등은 IT하고 차별화가 안 되고 있다. 그것은 아직까지 우리가 시인하는 바이다. 유일하게 차별화 되는 것이 스토리텔링 기술이다. 그것 하나 빼놓고는 다 IT기술이기 때문에 사실은 스토리텔링이 지닌 핵심기술로서의 면면은 상당히 중요하다.

문화산업에 있어서 스토리텔링 CT 기술은 틀림없이 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온 ‘골룸’이라는 캐릭터를 알고 있을 것이다. 골룸은 형언할 수 없는 인간의 고뇌를 표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정말 놀라울 정도의 욕망과 탐욕, 그것이 빚어낸 비극의 주인공인 골룸이라는 인물의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의 표정을 보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한다.

엄청난 부가가치를 올린 문화산업에 있어서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시리즈’가 전형적인 예인데, ‘반지의 제왕’은 천재적인 한 작가가 소설을 써서 그것이 거둔 수익이 뉴질랜드를 살렸다고 할 정도다.

고려시대 복장을 디지털로 복원을 해서 그것을 문화산업에 활용을 하는 것이 문화원형산업이다. 문화컨텐츠진흥원에서 굉장히 야심차게 했던 사업이다. 한국에 남아 있는 문화원형 중에서 세계적인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복원하는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는 일본의 전통 도깨비 이야기라든지, 귀신 이야기라든지 그런 것들이 듬뿍 들어 있어서 세계인들이 한편으로는 이국 체험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인간의 도덕과 성장에 대한 보편성을 느끼기 때문에 감동을 받는다. 즉 특이함과 보편성, 특수성과 보편성이 어우러져서 고도의 부가가치, 차세대 문화산업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공간화 진행

한국에서도 그런 것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의욕적으로 기획을 하고 많은 인문학자들이 공모했다. 이 과정에서 전국에 문화콘텐츠 학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 작업 중 하나가 고려시대 복장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것이었다. 현재 TV 사극이라든지 영화에서 다 쓰이고 있다. 지금 문화원형산업은 돈 들인 것에 비해서는 아직 결과가 좋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왕의 남자’라든지 ‘혈의 누’와 같은 영화와 ‘대장금’과 같은 성공한 작품들은 상당히 중요한 원천 소스로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원천이 된다. 이런 것이 CT 기술 중에 스토리텔링을 포함시킬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스토리텔링이 가상세계의 놀이성과 가상성, 감성적 측면을 현실 공간에 적용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현실공간에서 감성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증대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에 의해서 스토리텔링의 공간화가 훨씬 첨예하게 일어난다.

지금과 같은 컴퓨팅 기술이 없었을 때에는 컴퓨터가 싫으면 컴퓨터를 안 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서나 센서 같은 것이 부착 되어 있고, 화장실에 들어가도 감지해서 불이 켜진다. 무브먼트 리얼리티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가상성이 증대되니까 당연히 스토리텔링의 공간화가 일어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은 공간, 사물, 사람, 활동의 스토리텔링을 융합시킨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은 공간에 굉장히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기업도시위원회 위원인 적이 있었는데 모든 건설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에 U씨티를 표방했다. 내가 기업도시위원회에 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콘텐츠의 공간화가 일어나면 관광레져도시의 경우 놀이성이 증대된다.

모든 기업인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U씨티를 표방하긴 했지만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근대 도시구획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U씨티라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은 기본적으로 공간에 심각한 변화를 일으킨다. 공간구획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건설회사들이 보여준 것은 딱 근대 도시 기준이다. 예를 들면 유비쿼터스 기술이 있으면 재택이 굉장히 활발해질 수 있다. 그러면 주거지와 일터 구획에 있어서 그 거리가 10km를 넘으면 안 된다는 공식이 깨진다.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도시를 설계해서 U씨티라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공간의 단계에 있어서 20세기의 도시를 그대로 답습을 했을 때 나중에 그것을 고치려면 엄청난 액수의 자금이 필요하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이라는 것은 모든 컴퓨터가 휴대폰처럼 서로 무선으로 연결된 시스템을 말한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마이크로칩이 벽에도 들어가서 예를 들면 그 벽이 온도가 낮아질 때는 그것을 감지하고 온도를 올리는 식이다. 혹은 문이 주인을 알아보고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마이크로칩이 환경과 사물 속으로 스며드니까 조용하다. 그리고 무선 통신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지 사용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컴퓨터 세상 속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3의 공간이라고도 부른다.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결합으로 인해서 제3의 공간이 생긴다. 이것은 지금까지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아주 재미있는 공간이다.

|Profile|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의 방문교수,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한국과학문화재단 자문위원, 한국문화관광정책개발원 이사,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C&T 포럼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인문콘텐츠학회 부회장, 문화콘텐츠기술학회 부회장, 기업도시위원회 위원,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위원이자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