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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in 네덜란드/대단히 Useful 정보

틸버그大 교환학생의 수기^-^

나는 올해 1월부터 네덜란드 남부의 소도시 틸버그(혹은 틸부르흐, Tilburg)에 소재한 틸버그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와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네덜란드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비교적 낯설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고, 나 또한 이 곳에 오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무척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2달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족하나마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우선 언어에 대한 이야기-

네덜란드는 독어와 유사한 네덜란드어를 사용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는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게다가 이상한 악센트도 없어서 의사소통이 수월하다. 교환학생을 와보니 더치는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모두가 절감했다;;; 하지만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문법이나 단어가 매우 비슷한 더치를 습득하는 것이  꽤나 쉬울 것이다. 또한 학교 수업에 있어서도 영어 강의가 마치 영어권 국가인양 자연스럽게 진행되므로 영어만 할 줄 알면 학생으로서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이 없다. 물론 여기서 아르바이트라도 할라치면 문제는 달라지지만... 그리고 상점에 가면 점원은 영어를 할 줄 알지만, 표기는 모두 더치로 되어있다.

여기서 알아두면 유용한 단어: Dankuwel("당큐웰")=Thank you / Gratis=Free / Korting=Discount

 

네덜란드의 대학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네덜란드에 순수한 의미의 대학은 10여 개이며(이 부분에 대해 네덜란드 교육진흥청 관계자분께 설명을 들었는데 자세한 내용을 잊어버렸다;;;) 그 중 하나가 틸버그 대학이다. 틸버그 대학은 사회과학분야에 특화된 소규모의 대학으로서 경제학, 경영학, 법학으로 유명하고 세계 200위권 내에 든다고 한다. 암스테르담, 레이든 등도 유명한데 내 생각에 한국에서 교환학생이 파견되는 네덜란드 대학들은 어느정도 수준이 다 높은 것 같다.

 

네덜란드 비자는?

입국 후 3개월까지는 별도의 비자나 체류허가 등이 필요 없지만, 그 이상 머물기 위해서는 이민국으로부터 체류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3개월 머문 뒤 다른 나라 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괜찮은가?'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3개월이 '최근 6개월 중 3개월의 기간'을 의미하므로??? 체류허가는 필수불가결이다.

나는 틸버그대학이 비자 신청 대행을 위해 요구하는 두 가지 양식을 준비해서, 떠나기 전 미리 이메일을 통해 확인을 받았다. 하나는 영문 출생증명서로서 가족관계등록부 중 자기증명서가 이에 해당하는데, 영문본이 없어서 영문 공증과 외교부 아포스티유를 받았다. 그냥 영문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해도 된다고 하는데 결론적으로는 학교에서 저 서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ㅋㅋ 공증비만 날렸음ㅠㅠ

그리고 아주 중요한 것이 재정증명서류이다. 이는 보통 거래 은행에서 발급한 잔고 영문증명서를 말하는데, 한마디로 네덜란드에서 생활하고 공부할만큼의 충분한 돈이 있는지, 불법체류자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보는 것이다. 학교마다 요구하는 정도가 다른데, 틸버그대학은 딱 정해진 양식의 '편지'를 요구해서 괜히 다른 거 보냈다가 몇 번이나 거부당하고 은행에다 사정해서 받아냈다. 교환학생의 경우 1학기는 6400유로였나 그 이상, 2학기는 9천 유로가 넘는 잔고가 있어야 하므로 없으면 단기대출이라도 받아야 한다;;; 사실 교환학생으로서 비행기값 및 등록금까지 합치면 그만큼의 돈이 필요한 게 사실이기도 하지만.

 

병원과 보험-

지금은 보험이 체류 허가의 조건은 아니지만 네덜란드는 보험이 없으면 병원비가 호되게 비싸단다. 한국에서 네덜란드를 커버해주는 유학생 보험을 들거나 아예 네덜란드 학생보험을 들면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AION이고 한국 것보다 더 비싸다. 그러나 여행자보험과 소송비용(혹시 모르니까!)까지 보장해준다기에 비싼 돈 주고 들었더니, 여기 포함된 여행자보험은 한국을 떠나기 전에 휴대품 신고를 해야 적용받을 수 있다고-_- 그러니 약관을 잘 살펴보길 바란다. 아무튼 병원은 가정의 같은 1차 진료기관과 그 윗 단계의 2차 전문 진료기관으로 나뉜다고 하는데, 안 가봐서 잘 모르지만 예약비만 25유로에다가 웬만큼 아픈 게 아니면 약을 거의 안 준다고 한다. 근처에서 약국도 못 봤고 간단한 상비약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병약한 사람은 한국에서 충분히 챙겨가자. 반면 아래에 붙어있는 벨기에는 길거리에 널린 게 약국이니 참고하시길ㅋㅋㅋ

 

네덜란드의 기후-

날씨는 한마디로 말해서 '엄청 변덕스러운데 대체로 나쁘며, 보기보다 춥다'. 겨울 평균 기온이 서울보다 높은데 체감온도까지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하루 걸러 부슬부슬 비가 내리며 흐린 하늘이 기분마저 우중충하게 만든다. 요즘같은 경우 날씨가 개면 제법 햇빛이 쨍쨍하지만, 바람은 겨울처럼 차가워서 얇게 입고 나가면  바로 다시 들어오게 된다. 6월까지도 반팔입고 활개칠 정도는 아니라고 하니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이 와중에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강인한 네덜란드인들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 3월 말이 되자 날이 좀 풀려서 낮에는 햇살이 내리쬐고 제법 따뜻하나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밤에는 몹시 춥다. 그리고 아예 낮부터 추운 날도 없지 않다.

 

이 동네의 교통과 생활-

틸버그는 서울에 비하면 시골이나 다름없는 작은 도시이다. 수도인 암스테르담이나 헤이그 같은 대도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여기서 나는 도로가 막히는 걸 본 적이 없다. 물론 버스나 자전거를 타고 10~20분쯤 걸리는 시내에 나가면 H&M, ZARA와 같은 거대 패션 체인점은 물론이거니와 화장품이나 가전제품을 파는 상점, 음식점, 펍 등등 사는 데 필요한 건 다 있다. 참고로 네덜란드는 전국이 평지이므로 자전거를 타기에 아주 좋다. 그래서 꼬마부터 할머니까지 전 국민이 자전거를 애용하며, 역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자전거가 빽빽히 주차되어 있고, 자전거 도둑도 엄청 많아서 자물쇠 2개는 필수이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를 원래 못 타거니와 학교는 기숙사에서 코앞이고 해서 자전거를 사지 않고 버스표를 끊었다. 버스는 번호별로 1~20분 간격으로 있는데 크게 불편하진 않다. 현재 시내버스가 1.6유로, 1일권이 3유로(모두 기사님에게 구입)이니 교통비가 비싼 편이지만 20번인가 탈 수 있는 그린티켓(수퍼에서 판매)은 13.5유로이므로 훨씬 저렴하다. 전국권인 블루티켓도 판매하니 아마 다른 도시에도 이런 표가 있을 것이다.

택시도 다니는데 같은 거리가 12유로였나... 아무튼 비싸지만 야간이나 위급상황에는 이용할만 하다.

기차는 버스와 더불어 서로 다른 지역 간의 주요한 교통수단인데, 의외로 값이 비싸다. 때문에 1년간 40% 할인 받을 수 있는 50유로짜리 카드를 구입하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티켓 구매시 카드로 결제가능한 자동판매기 대신 창구를 이용하면 수수료도 붙는다.

그리고 유럽 전체가 다 그렇지만 상점들이 문을 참 일찍 닫는다. 특히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은 어이를 상실할 정도인데, 한국의 불야성을 생각하고 행동하면 낭패를 볼 것이다. 보통 대여섯시면 셔터를 내리는 분위기에 일요일에는 영업을 않는 곳도 많다. 또한 요일마다 영업시간이 많이 다르므로 확인이 필요하다. 대도시나 관광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기숙사 근처 슈퍼마켓은 매일 10시까지 하는 대신 일요일에는 휴무인데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ㅋㅋㅋ 또한 한국에 비하면 모든 것이 느리며 우편을 통해 업무가 이루어지는 일이 많다. 카드를 발급받는다든지, 인터넷을 연결한다든지 한국에서는 빠르면 몇 분안에 해결되는 사소한 일인데 여기서는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달이 걸린다;;; 이런 주제에 휴가는 또 어찌나 많은지~

 

음식에 대해-

관광 가이드에서 보면 네덜란드는 팬케이크와 치즈 등의 유제품, 5월에 출하되는 청어가 유명하고 식민지였던 말레이시아 등의 아시아 음식도 많이 먹는다고 한다. 다 맞는 말이긴 한데(청어는 아직 안 먹어봤지만 벌써 마트에 나와있더라) 나름 식도락가로서 네덜란드는 영국 뺨치게 먹을 게 없는 나라라고 확신한다!!! 영국 막스앤스펜서에 즐비한 반조리식품... 네덜란드 거대 수퍼마켓 체인 알버트 하인(Albert Hijin)도 똑같다. 여긴 정말 많은 소스와 반조리식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덕분에 편리하긴 하지만 가격대비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 식사의 연속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전자레인지용 파스타가 3~6유로이니 엄청 비싼거지! 허접한 샌드위치도 보통이 3유로! 그리고 당연히 식당은 가공식품의 배로 비싸다. 여기는 사람 손을 한 번만 거쳐도 값이 옴팡 오르므로 귀찮음을 무릅쓰고 스스로 요리해 먹기를 권한다. 농산물은 한국보다는 비싸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이고, 한국에서는 수입품이라 몹시 비싼 치즈와 햄 종류가 무척 다양하며 싸고 맛있다. 그래서인지 냉동피자도 가격대비 훌륭하다. 피자배달도 성행이지만 개인적으론 냉동이 훨씬 싸고 맛있는 것 같음... 또한  과 거기 발라먹을 버터도 꽤 저렴하고, 과자류도 맛나고(후추감자칩과 초콜릿, 종류불문 버터가 들어간 과자를 추천), 요거트 종류도 엄청 많은데 질척한 커스터드크림같은 vla 빼고는 전부 추천ㅋㅋㅋ 무가당 주스 및 생과일주스(이건 좀 비쌈)도 완소! 술의 경우 맥주 및 와인이 다양하고 저렴한데, 그 외에는 따로 리큐르샵에 가야 구매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산뜻한 화이트 비어와 베리맛 로즈비어를 병맥으로 맛보길!

그리고 물... 네덜란드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하면 수질이 좋은 편이란다. 정말인지 원래 수돗물 절대 못 마시는 나인데 여기 물은 냄새도 없고 탈도 없고! 그러나 전기포트나 설거지한 냄비 바닥에 허연 게 쌓이는데 아마도 석회질이 아닐지? 이게 하체비만의 주범이라 해서 다시 미네랄워터를 사마시고 있다.

참, 작은 동네지만 시내에 큰  아시안 마트(Asiana superstore, 구글 검색을 활용!)가 있어 라면 등 한국 식품을 조달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유럽용이라 맛이 미묘하게 다르고 김치나 된장은 구하기 어려우므로 토종 한국 입맛을 가진 사람은 힘들듯... 뭐 여기가 이 정도면 대도시에서는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쌀도 일반 마트에서 파는 것은 길쭉한 인남미인데 잘 불려서 밥을 하면 꽤 먹을만하고, 일본쌀은 배로 비싸지만 터키쌀은 싸면서도 한국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환락의 나라?

'나 네덜란드 가'하고 말했을 때 친구들이 떠올리는 것 중 단연 1순위는 마약이었다. 그 외 치즈, 히딩크, 풍차, 튤립 등 아주 단편적인 이미지만이 나열되는 것을 보고(나 역시도 그랬다) 난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나라에 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었지만... 아무튼 워크샵에서 들은 건데 마약 문제는 오히려 영국이나 독일이 더 심각하며, 오히려 네덜란드는 알콜중독에 신경을 써야할 처지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 사람들 맥주 정말 많이 마신다. 길거리에서 껄껄대며 노래부르던 아저씨 아줌마들은 잊지 못할듯... '드링킹 게임'으로 대표되는 학생들의 음주행태는 한국 이상가고 말이지...

아무튼 여기 기숙사에서 빈번하게 맡을 수 있는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그게 바로 마리화나! 나는 그네들과 별로 친하지도 않고 담배도 못 피우기 때문에 할 일이 없지만 어쨌든 접근성은 상당히 뛰어나다. 일정량까지는 마리화나를 구입해도 불법이 아니며, 커피샵(커피 파는 카페가 아니다! 가벼운 그러나 때론 위험한 마약류를 판매하는 곳)도 당당하게 영업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아직은 학생들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것은 못 봤다. 하지만 대도시의 밤거리나 클럽(여긴 시골이라 펍에서 우글우글 몰려서 노는 게 전부ㅠㅠ) 등지에서는 위험할 것도 같다. 특히 여성분들은 절대 낯선 사람이 주는 음료수는 마시지 말것!

 

유럽을 돌아볼까-

네덜란드 자체에 볼거리가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쇼핑과 식도락에 목매는 내겐 너무 수수하고 심심한 나라다. 그러나 인접한 독일과 벨기에 및 영국이나 북유럽과도 가깝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차 대신 저가항공을 이용해서 유럽 전역으로 날아갈 수 있으므로 저렴한 값에 유럽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비행기든 기차든 미리 예약을 할수록 저렴한 것이 보통이므로 적어도 한두달 전에 여행계획을 짜야한다. 그리고 기차보다 저렴한 육로 교통편으로는 유로라인이나 스튜던트에이전시(동유럽쪽) 등의 버스도 있다. 참고로 틸버그에서 제일 가기 만만한 외국 관광지는 패션의 도시인 벨기에의 앤트워프(안트베르펜)로, 편도 3유로 정도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기타등등-

두 달 동안 지내본 결과, 틸버그는 안전하고 조용하며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곳이다. 달리 말하면 심심한 시골동네랄까... 그렇지만 대도시보다 생활비(집세 등)가 훨씬 저렴하고 외식하거나 쇼핑할 일이 적어 돈이 덜 드는 장점도 있다. 학교 시설은 매우 쾌적하며 한국에서만큼이나 인터넷을 빠르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네덜란드에는 시티은행 전용 ATM기가 없어 시티은행 현금카드의 '수수료 $1'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한번에 고액을 환전하거나 인출 수수료를 많이 내야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벨기에 등지에는 시티은행이 있으므로 여행겸 돈이 필요할 때마다 가서 뽑아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또한 학교에서 현지 은행(틸버그대학의 경우는 Rabobank)에 계좌 틀기를 권고하는데, 통장 없이 인터넷 뱅킹으로 거래하며 체크카드처럼 쓸 수 있고 예금도 인출 가능한 현금카드를 지급받는다.

핸드폰은 현지 기기를 사서 필요한 만큼 대리점이나 수퍼마켓에서 충전하여 사용하면 된다. 저렴한 모델은 20유로 안팎이고, 충전을 안해도 연락은 받을 수 있다. 생각보다 물가가 막 비싸지 않으며, 모든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가져오면 좋은 것은 화장실용 슬리퍼와 운동화, 상비약, 헤어에센스, 필기용 노트, 젓가락이다. 옷은 여기가 더 저렴하기까지 하기 때문에 와서 왕창 사도 된다.